<Pathworks and missing clues> (가제: Memo & Jukebox)에 대한 Ida Elsa a.k.a. Elsa Pertoft와의 인터뷰

by 이다 엘사(Ida Elsa/Elsa Pertoft)

조연의 가상 개인전 <Memo & Jukebox>은 스크랩북 + 음악상자의 형식으로 제작한 디지털 출판물을 하노버의 공간ad/ad*을 동일하게 구현한 디지털 공간에 재현한 것이다.

*ad/ad – Project Space
Deisterstrasse 13, 30449 Hanover, Germany. 2021년 당시 공간은 해당 주소의 건물에 들어가게 되면 안뜰에 따로 존재하는 (아마도 창고였을 가능성이 높은) 작은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고 있었다. 이번 가상 전시 프로젝트에서는 그 안채 자체를 3D 렌더링한 형태로 전시장을 구현했지만, 전시장의 입구는 간이 계단으로 1미터 이상을 올라가야 하는 구조로, 바깥쪽은 사실 외벽으로만 존재하고 전시에는 사용되지 않는다.

글, 이미지, 음악(혹은 노이즈)가 한 장면의 요소이고, 전시 플랫폼인 Artstep에서는 밖에서 안으로, 시계 방향으로 전시장을 안내하도록 계획되어 있다. 이것은 한 사람의 장기적 취향과 대중문화, 단편적으로 조합된 이미지의 나열이다.

Q1.
모든 작품을 연결하는 요소가 있나요? 작업을 지탱하는“접착제”는 무엇인가요?

A1.
은유적인 말들, 그리고 느슨하고 가끔은 일차원적인 연결을 보이는 대중문화의 이미지들입니다.

Q2.
전시에서 보여주기로 한 시각적 이미지와 음악은 당신과 어떤 연관성이 있나요?

A2.
전시에서 제시된 요소들 연관성의 절대적 크기를 따지자면 글> 음악> 사진들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같은 장면에 있는 글, 음악, 사진은 (비록 이질적으로 보일지라도)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제시된 모든 음악은 제가 아는 노래들, 저와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음악들이 대부분입니다. 90-00년대 영미권 팝 음악, 일본 DJ의 전자음악, 최근의 K-pop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떤 음악은 제가 10년도 넘게 거의 매일 들어온 음악이어서, 가끔 이 음악이 내 생각의 작은 조각이나 성격, 감정을 결정하지 않았는지 생각 할 때도 있을 정도입니다.

반면 여기 제시된 이미지들은 굉장히 표면적이며 저와 함께한 시간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데요. 어떤 순간적인 “좋다” “재미있다” “멋지다”라는 감정으로 이미지를 저장하거나 사진을 찍고, 혹은 스크린샷 버튼을 누른 것들이고, 심지어는 매치하기로 한 음악이나 먼저 써 둔 글에 맞는 이미지를 단편적으로 검색해서 얻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결과로 하나의 장면을 보자면, 청각적으로는 저와 굉장히 친밀하지만, 시각적으로는 객관적인 이미지처럼 보입니다.

Q3.
(전시 주제인) Horror Vacui 주제에 대한 연관성을 어떻게 설명하시나요?

A3.
전통적인 의미의 개인전이라면 빈 벽 하나당 한 작업만 걸거나 혹은 이 공간 전체에 두 개 정도의 조각, 하나 정도의 비디오를 설치하는 정도였을 텐데 대단히 많은 시각/청각적 요소들을 빈틈없이 채워 넣었다는 것에 대해서 오히려 빈 것 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하기도 하고 극복하기도 한 것 같습니다. 마치 내향인이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쉼 없이 주절주절 떠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이 상황은 사실 공포의 표현이지만 겉으로 보기엔 아닌 경우입니다.

Q4.
당신이 묘사하는 상황 중 어떤 것은 가끔 작은 일상 상황의 콜라주처럼 보입니다. 맞나요?

A4.
그래서 정확히는 판타지적 일상 상황이라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작업은 텍스트로부터 시작되었으므로 그것을 하나의 극 지문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엉뚱하게 발전된 작은 연극의 상황으로도 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작은 일상 상황의 콜라주라고 표현한다면 그것 또한 이 전시를 굉장히 잘 묘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5.
전시 공간을 이렇게 펼쳐버린 이유가 무엇인가요?

A5.
온라인 전시 플랫폼인 Artstep이 요소들을 로딩하는 장면에서 지미집(스테디캠) 화면처럼 전체 공간을 보여주고, 그 후에 설정된 공간을 보여줍니다. 그 공간 안에서 특정 위치를 순차적으로 설정해 주고, 재생을 누르면 관람객을 데리고 한 장면씩 보여주며 가이드를 해줄 수 있게 되어있는 형태입니다. (테이프 플레이어처럼 재생, 뒤로가기, 앞으로 가기 등이 존재합니다)

이 작업은 사실 순서를 가진 일종의 책이었으므로 제가 한 페이지씩 관람객들에게 이 공간을 직접 읽어주는 셈이 되는 겁니다.그리고 심지어 그 공간을 함께 거닐며 가상-물리적인 벽을 통해
내가 쓴, 음악이 나오는 스크랩북을 그냥 무심코 넘기지 말라며, 붙들고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저는 이 투어-기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긴 동선을 계획하고, 동시에 바깥 공간도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리적 전시공간이라면 보통 전시가 이루어지지 않는 곳이지만, 주어진 이곳은 가상이니까요. 그리고 그곳은 존재하는 공간이고요.

또한 저는 각 장면을 보는 관람객들이 그 앞에서 일정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놓이길 원했습니다. 모든 요소가 놓이기에는 안의 공간으로는 부족하게 느껴졌고 (전시 주제가 물론 Horror vacui이기는 했으나 모든 요소가 여백 없이 딱 붙어서 서로의 연관성을 따져보게 하는 것은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는 아니었습니다.) 저에게는 각 장면이 분리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했고, 때로는 크게 표현되어야만 하는 이미지도 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가상이지만 맑은 하늘 아래, 밖에서의 ‘산책’을 끝낸 뒤 안으로 들어오는 느낌도 나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Q6.
“혼합된 은유는 강하다. 암시적인 은유는 더욱 강하다.” 에 대해서 설명한다면?

A6.
이 발언을 전시의 마지막에 보이도록 길을 계획했습니다. 각종 혼합된 이미지와 암시적인 텍스트를 보고 혼란스러웠을 사람들이 이 전시에 대해서 기억할 수 있는 한마디면 좋겠습니다.